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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연금술사
솔직히 이런 말은 좀 낯간지럽지만, 나는 스티븐 스필버그를 그냥 "거장"이라고 부르는 게 너무 심심하다고 생각한다. 그 단어는 이 사람이 실제로 한 일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우리는 지금 그가 만든 문법 안에서 영화를 보고, 그가 발굴한 배우들을 사랑하고, 그가 설계한 산업 구조 안에서 티켓을 끊는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사람이 얼마나 많은 걸 만들어냈는지, 매일 그 혜택을 누리면서도 정작 제대로 인정한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좀 세게 나가보려 한다. 감독으로서, 배우들의 은인으로서, 그리고 지금 영화판 자체를 만든 사람으로서의 그가 바로스필버그다.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솔직히 말하면 나는 스필버그를 "따뜻한 감독"이라고만 부르는 게 이 사람을 절반쯤 낮춰 부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을 바로 보여주지 않고 사람들 표정부터 비추는 그 장면, 다들 감동적이라고만 말하는데 나는 저게 사실 어마어마한 재능이라고 본다. 관객의 감정이 언제, 어떻게 터질지를 정확히 읽어내는 감각이 없으면 저 순서는 절대 못 나온다. <이티>도 마찬가지다. 외계인 영화인데 정작 사람들이 우는 건 자전거 씬이 아니라 엘리엇의 눈물이다. 이걸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교하다. <쉰들러 리스트>를 흑백으로 찍은 것도, 감동을 절제해서 오히려 더 깊게 새기려는 대담한 선택이었다. 사람들은 이걸 "감성"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걸 재능이라고 부르고 싶다. 스필버그는 그냥 착한 이야기꾼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 어디서 움직이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여든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신작마다 판을 흔든다. 착해서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뛰어나서.
상업성과 예술성의 완벽한 하이브리드
두 번째로 하고 싶은 얘기는 배우 이야기인데, 이건 좀 대담하게 말해보려 한다. 스필버그 영화 크레딧을 보면 톰 행크스, 리암 니슨, 해리슨 포드, 심지어 아역이었던 드류 베리모어까지, 다들 커리어 최고의 순간을 이 사람 영화에서 하나씩 갖고 있다. 톰 행크스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리암 니슨은 <쉰들러 리스트>에서 그랬다. 나는 이게 절대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스필버그는 배우가 가진 걸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방식으로 꺼내주는 사람이다. 리암 니슨이 원래부터 저렇게 깊은 눈빛을 가진 배우였다고 믿기엔, 그의 다른 영화들과 온도 차이가 너무 크다. 아역 배우를 다루는 방식도 그렇다. <이티>의 헨리 토마스나 <컬러 퍼플>로 데뷔한 우피 골드버그를 보면, 이 사람이 배우를 얼마나 믿고 기다려주는지 느껴진다.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스필버그는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확실한 스타메이커라고.
블록버스터라는 세계, 그가 세웠다
마지막은 조금 더 크게 봐야 할 이야기다. "여름 블록버스터"라는 말 자체가 1975년 <죠스> 이후에 생긴 말이라는 거, 알고 있었나. 그 전까지 할리우드는 영화를 전국 동시 개봉으로 확 터뜨리는 방식을 쓰지 않았다. 스필버그가 이 공식을 사실상 혼자 만든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여름마다 극장으로 달려가는 그 습관 전체가 여기서 시작됐다. 더 대단한 건, 이 공식을 만든 당사자가 정작 <쉰들러 리스트> 같은 무겁고 진지한 영화도 태연하게, 그것도 걸작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보통 감독은 상업과 예술 중 하나를 고르는데, 이 사람은 양쪽 다 자기가 만든 판이라는 듯 자유롭게 오간다. 드림웍스를 공동 창립해서 제작자로도 영역을 넓힌 걸 보면, 이 사람에게 영화는 그냥 찍는 일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설계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지금 극장에서 우리가 누리는 여름 영화의 즐거움, 그 설계도를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니 이제 "따뜻한 거장"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스필버그는 감정을 정교하게 설계할 줄 아는 재능의 소유자였고, 배우들의 커리어를 통째로 바꿔놓은 은인이었고, 지금 우리가 즐기는 영화판 전체를 처음 설계한 사람이다. 착해서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뛰어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를 "따뜻한 감독" 대신 "지금 영화 세계를 만든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