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는 결국 두 개의 시선이 겹쳐질 때 태어나요. 감독의 시선과 배우의 얼굴. 이 둘이 우연히 만나면 그저 괜찮은 작품이 나오지만,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여러 편을 함께하면 아예 하나의 '문법'이 만들어져요. 한국영화 100년을 훑어보면 그런 콤비가 몇 쌍 있었어요. 이번엔 시대별로 대표적인 콤비 셋을 골라서, 그 둘이 왜 서로를 필요로 했는지 풀어볼게요. 안성기와 임권택 — 국민배우와 거장이 만든 '정직한 얼굴' 임권택 감독은 한국적인 정서를 스크린에 옮기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 집요했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 집요함이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려면, 화면 안에 '믿을 수 있는 얼굴'이 필요했어요. 그 역할을 맡은 게 안성기였죠.안성기의 연기는 화려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예요. 그는 감정..
복수는 카타르시스가 아니다박찬욱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올드보이를 극장이 아니라 노트북으로 혼자 봤는데, 그 장도리 액션 신 하나에 소름이 돋았다. 근데 신기한 건, 이 사람 영화는 그냥 잔인한 게 다가 아니라는 거다. 복수는 나의 것부터 친절한 금자 씨까지, 소위 복수 3부작이라고 부르는 작품들을 보면 복수라는 감정을 이렇게까지 다양한 얼굴로 그릴 수 있구나 싶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복수가 서로를 파괴하는 연쇄작용일 뿐이고, 올드보이에서는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오히려 복수가 무의미해진다. 친절한 금자 씨에 와서는 복수라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외롭고 공허한 의식인지를 보여준다. 나는 이 세 편을 순서대로 다시 보면서, 박찬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복수라는 감정을 점점 더 차갑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