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우연이 하나 있어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에 돌아와서도 자기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아요. 걸인 행세를 하고, "시논"이라는 가짜 이름까지 대면서 자기 정체를 숨기죠. 그런데 이 배역을 연기한 배우가 다른 영화에서는 아예 다른 이유로 얼굴을 가려요. 텔레마코스를 연기한 톰 홀랜드 말고, 놀란이 그를 캐스팅하기 전까지 홀랜드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캐릭터, 스파이더맨이요. 스파이더맨은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히 덮은 채 도시를 뛰어다니는 히어로잖아요. 한쪽은 3천 년 된 서사시의 왕, 한쪽은 마블 세계관의 고등학생 히어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 같지만, 두 캐릭터를 겹쳐놓고 보면 "얼굴을 숨긴다는 것"이 이야기 안에서 얼마나 오래되고, 얼마나 집요하게 반복되는 장치..
영화 제작과 연출
2026. 9. 6. 1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