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불이 꺼지고 놀란의 이름이 스크린에 뜨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한다. "아, 이번엔 또 어떤 방식으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하는구나"라는 기대 반, 긴장 반의 감각. 다른 감독들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놀란은 이야기를 설계한다. 그것도 아주 짓궂게.시계공의 손놀란의 영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이 사람은 시나리오를 쓴 게 아니라 시계를 조립한 게 아닐까. 톱니바퀴 하나하나가 어긋나면 전체가 멈춰버리는, 그런 정교함. 〈메멘토〉에서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았을 때, 사람들은 "실험적이다"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게 실험이라기보다는 고백처럼 느껴졌다. 기억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우리가 붙잡고 있는 서사조차 편집된 것일 수 있다는 것. 놀란은 그 불안을 관객에게 그대로 옮겨 심는다.그리고 그는 ..
영화 제작과 연출
2026. 8. 20. 23: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