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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데이아와 톰흘랜드

액션에 진심인 남자 : 몸을 던지는 근성

솔직히 처음엔 그냥 '몸 좋은 배우구나' 하고 넘겼다. 근데 인터뷰들을 하나둘 찾아보다가 좀 이상한 걸 눈치챘다. 이 사람, 다친 얘기를 할 때 표정이 은근히 신나 보인다. 노 웨이 홈 와이어 액션 찍다가 갈비뼈에 무리가 갔다는 얘기, 홈커밍 때 발목 접질리고도 다음 날 세트에 나타났다는 얘기를 마치 무용담처럼 풀어놓는데, 나는 그게 좀 웃기면서도 짠했다. 대역 쓰면 훨씬 편할 텐데 왜 굳이. 아마 관객이 화면 너머로도 그 진심을 느끼길 바라서일 텐데, 그 마음이 너무 순진해서 오히려 신뢰가 갔다. 어릴 때부터 배운 발레와 체조 덕분이라고들 설명하지만 나는 그게 다는 아니라고 본다. 매일 아침 몇 시간씩 체육관에서 몸을 만든다는 것도, 감독들이 스턴트 팀보다 리허설을 더 요구하는 배우라고 농담할 정도라는 것도, 결국 이 사람한테 액션은 보여주기가 아니라 그냥 연기의 일부라는 뜻 같다. 대본을 제일 먼저 외워온다는 스태프들 증언까지 들으면,

몸을 던지는 근성 뒤에 준비성이 있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재밌는 건, 정작 인터뷰에서는 자기가 겁이 많은 편이라고 말한다는 거다. 무서워하면서도 일단 몸을 던지고 보는 사람, 나는 그게 용기의 진짜 얼굴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그가 다치는 장면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숨을 참게 된다. 몸을 사린 적 없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나한테는 이제 그냥 클리셰가 아니라 진짜 이유 있는 말로 들린다.

솔직한 고백 : 마음을 나누는 용기와 도전

이 사람이 나한테 진짜 신기했던 지점은 여기다. 유명해지고 나서 불안이랑 공황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그것도 아무렇지 않게 인터뷰에서 꺼낸다. 한동안 술을 끊었다는 것도, 소셜미디어를 잠시 접었던 이유도 굳이 감추지 않는다. 보통 톱스타면 이런 이야기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조용히 넘어갈 텐데, 오히려 먼저 꺼낸다는 게 나는 계속 마음에 걸렸다.

곱씹어보니 이해가 되긴 했다. 스무 살도 안 돼서 전 세계가 아는 얼굴이 됐으니, 그 무게를 스물몇 살짜리가 어떻게 감당했을까 싶다. 나였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것 같은데, 이 사람은 무너지는 대신 그냥 무너졌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그리고 그 곁에는 서로의 눈높이와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는 연인 젠데이아가 있었다. 화려한 할리우드 한가운데서 서로의 중심을 잡아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었기에, 톰 역시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영국 남부 고향 동네를 그리워하고, 촬영 없는 날엔 가족들이나 젠데이아와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사람 자체는 별로 안 변한 것 같아서 괜히 안심이 된다. 형제들과 만든 재단으로 또래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조용히 돕고 있는 것도, 유명세를 그냥 누리고만 있진 않다는 증거 같다.

인터뷰마다 스스로를 완벽한 히어로가 아니라 그냥 운이 좋았던 배우라고 낮추는데, 그게 겸손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나는 오히려 거기서 믿음이 갔다. 화면 안에서는 세계를 구하지만 화면 밖에서는 그냥 불안해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의지하며 가끔 실수도 하는 서른 즈음의 사람이라는 게 나는 이상하게 더 좋다. 완벽한 척 안 해도 되는 스타라니, 요즘 흔치 않은 종류 아닌가.

새로운 도전 :스파이더맨 너머의 다양한 얼굴

스파이더맨으로만 기억하기엔 이 사람 얼굴이 너무 다양하다. 드라마 크라우디드 룸에서 여러 자아를 오가는 인물을 연기할 땐 그동안의 발랄한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져서 나도 처음엔 못 알아볼 뻔했다. 영화 체리에서 마약 중독에 빠진 참전 군인을 연기했을 때는 평단 반응이 확 달라졌던 것도 기억난다. 솔직히 그 영화 보다가 이 사람이 그 사람 맞나 몇 번을 다시 확인했다. 이런 선택들을 보면 스파이더맨이라는 안전한 자리에 계속 머물 생각이 없다는 게 느껴진다. 시리즈 하나로 평생 먹고살 수 있는 위치인데도 흥행이 불확실한 작품에 굳이 뛰어드는 걸 보면, 배우로서의 욕심이 꽤 크다는 생각이 든다. 웨스트엔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까지 보고 나니, 이 사람 스펙트럼을 스파이더맨 하나로 재단한 내가 좀 부끄러워졌다. 요즘은 제작자로도 나서서 흥행 보장 안 되는 독립 영화에 제작비까지 직접 대면서 참여한다고 하니, 이미 안전한 길보다 낯선 길에 마음이 가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든다. 나는 사실 그가 앞으로 마블 밖에서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가 스파이더맨 다음 작품보다 더 궁금하다. 익숙한 히어로 얼굴보다 아직 못 본 얼굴 쪽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 어쩌면 나는 스파이더맨 팬이 아니라 톰 홀랜드라는 사람의 팬이었나 보다. 다음 영화 제목도 모른 채 그냥 이 사람이 나온다는 이유 하나로 극장 예매를 눌러버릴 것 같다.